기술의 발전은 두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첫째는 사회적 요구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이고, 

둘째는 사회적 요구에 의해서 법이 제정되고 시행됨에 따른 경우이다.

전자에 해당하는 예로 에어컨을 생각해 보자. 

이 기기는 어떤 규정이 있어서 이를 따르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 아니라, 개개인의 필요 또는 요구에 의해서 사용이 결정된다. 

그리고 사용해 보면 즉시 효과가 나타남을 알 수 있다. 무덥던 실내가 시원해지는 식으로 실내 환경이 개선되므로 업무나 

작업 효율이 상승하게 된다. 그러니 누구나 이 기기를 사용하려 들게 되고, 판매량이 많아지면 제조회사의 매출과 이에 따른 

이익이 증가하게 되므로 투자도 늘게 되어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이 가해진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하여 이 분야는 자연스럽게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공조 산업은 세계에서 정상급의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후자는 개개인의 자유의사가 아닌, 법에 따른 강제에 의한 발전 과정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엘리베이터가 없는 10층 아파트의 최상층에 거주하는 사람이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불편하여 

개인용으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려 한다면 이 일이 가능한가? 

소방시설이 없는 건물에 거주하는 사람이 화재를 염려하여 자기 소유 공간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려 한다면 이 또한 가능한 일인가? 

음용수의 오염이 걱정된다고 자기 집에 대해서만 역류방지 조치를 행할 수가 있는가? 

모두가 불가능하다. 전체를 대상으로 하지 않으면 안되고, 그러므로 이러한 예에 해당하는 분야는 법이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소방설비나 위생설비는 가장 최하의 수준이 되거나, 아님면 이예 시설이 빠질 수도 있다.

소방설비 분야에는 소방법이라는 강력한 규제와 통제 수단을 가지고 있고, 위생생비 분야에는 코드로써 음용수 오염방지 등을 규정한다.

소방설비나 위생설비는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뿐만 아니라, 공공의 이익, 공공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규제가 없이는 이루어질 수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법도 있고, 국가가 제정 공고한 코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규정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설 현장에서, 아니 건설 분야에 종사하는 수많은 기술자에 의하여 코드가 무시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코드는 법의 일종이지만, 법에는 있는 벌칙이 없기 때문일까?

코드에는 벌금이나 징역과 같은 벌칙이 없다. 대신 법에는 있는 유효기간이란 제한이 없다. 

법에서는, 위반한 경우라도 유효기간 내에 적발되지만 않는다면 그 이후에는 처벌받지 않지는다.

그러나  코드의 경우에는 그렇지가 않다. 과거에 내가 관여했던 건설공사에서 사고가 발생하여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국부의 손실을 초래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 사고의 원인이 코드를 위반한 결과라면 어떻게 될까? 

20년 전의 일 이던 30년 전의 일이던 관계가 없다. 그 공사에 내가 살아있는 한 그 결과에 대한 책임추궁을 받게 된다. 

코드상의 규정에 대한 유효기간은 무한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코드에는 벌칙이 없다고 안심할 수가 없는 것이다. 

기계설비법에서 기술기준 준수 의무자(제4조)에 “기계설비 설계자, 시공자 및 감리업무 수행자”라고 특별히 명시한 까닭은 무엇일까?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