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브란 배관계통에 설치되어 유체를 제어하는 기구이다. 

여기서, 제어란(Control)란 유량조절, 압력조절, 온도조절, 흐름의 단속, 방향전환 등을 말한다.

설비시설에서 밸브는 수동, 자동에 구분 없이 시스템의 성능을 좌우하여 에너지 절약을 도모할 수도 있고 반대로 낭비를 조장 할 수도 있으며, 

장비나 배관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도 있다.

단순히 개폐용으로 사용되는 정지밸브도 마찬가지다. 완폐 시켰는데도 유체가 흘러 피해를 당한 사례는 드문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또 항상 사용하는 것일 수도 있어서 잘 알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눈에 읶다는 것과 내용을 잘 안다는 것은 다르다. 호칭지름을 사용하는 것에서부터 규격을 선정하는데 이르기까지 발견되는 오류나 실수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비근한 예를 들어보자. 아파트의 급수배관 도면에는 대부분 감압밸브가 들어있다. 

그러나 감압밸브라는 명칭과 크기만 명시되어 있을 뿐 어디에도 1차측 압력이 얼마고, 2차측 압력은 어떻게 설정해야 하며, 

성능기준은 무엇인지 등의 내용은 찾아볼 수가 없다. 

어떤 기준으로 감압밸브를 설치하라는 것인가? 컨트롤 밸브에 대해서도 대부분 이와 같다.

설사 설계에 구체적인 언급이 빠졌다고해도, 현장에는 해당 분야의 감리가 있으니, 이에 대한 시비가 가려질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통상적으로 핑퐁으로 끝난다.

이런 상황이니 밸브를  설치해야 하는 시공자는 그저 자기 입장에서 유리한 것만 고수하게 되고, 

값이 싸면 그만인 것이 되고만다. 그러이 성능이 갖춰진 밸브가 채택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손해는 고스란히 그 아파트에 살 사람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만다.

또 하나, 제시된 스펙 기준의 견적 요구를 접해보면 크기나 사용 온도, 설정압력 조건 등이 표준의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합당한 이유가 있으면 변경이 가능하다는 언급이 있고, 그래서 이에 대한 변경 이유와 근거(deviation list)를 첨부하여 대체규격이나 방법을 제안해 보지만,

받아 들이는 경우는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올바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밸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

일국의 정치수준은 그 나라 언론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고 한다.

기술분야도 마찬가지다. 일국의 기술수준은 설계 수준을 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