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인존 기인망(其人存 其人亡)

순서를 정해 놓은 듯 끈임 없이 발생되는 사고를 보면서 오늘은 또 무슨 일이 보도될까 두렵기만 하다.

우리사회에 그 동안 얼마나 많은 “말로만의 약속”이 누적되었던가?

너무나 자주 들어왔기 때문일까,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은, 곧 또 유사한 일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라는 예고처럼 들린다.

위(位)를 가진 이들은 생색내는 일에는 잘 나서고, 듣기 좋은 말을 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책임질 줄은 모르나보다.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 사건 뒤에 책임을 졌다거나, 책임을 질 것이라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경전(經典)에도 포악한 君을 해치는 일은 악독한 한 匹夫를 해치는 것과 같을 뿐이라고 했는데……

아무리 법과 제도와 Code가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다 한들, 결국 사람이 없으면 다 소용 없는 것이다.

그 사람이 있으면 그 정치가 흥할 것이요(其人存 則其政擧) 그 사람이 없으면 그 정치는 망할 것이다(其人亡 則其政息 ).

법이 잘되어 있다고 해도 법관이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니라면 그 법이 제대로 작동할 리가 없다.

Code가 아무리 잘 갖추어져 있다고 해도 기술자가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니라면 그 Code가 제대로 작동할 리가 없다.

법관 이전에 사람다운 사람, 기술자 이전에 사람다운 사람, 즉 그 사람(其人)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其人이란 “덕을 구현한 사람” 이라고 한다.

회사가 잘되려 해도 결국은 사람이 있어야 하고,

행정이 잘 돌아가려 해도 결국 공무원이기 전에 사람다운 사람이 있어야 한다.

세상을 다스리는 사람은 있으나(有治人) 세상을 다스리는 법은 없다(無治法)고 했다.

세상을 다스리는 것은 사람이지 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법이라는 것은 홀로 설수 없고(故法不能獨立), 인가세상은 스스로 굴러가지 않는다(類不能自行).  

그 사람을 얻으면 존속하는 것이요(得其人則存), 그 사람을 얻지 못하면 멸망하고 말 것이다(失其人則亡).

우리 사회에 천재는 많다. 그러나 인간세에 있어서 천재의 역할은 극히 적다.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이 모인다고 그 사회가 더 훌륭한 사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세상을 움직이고 이끌어가는 것은 천재가 아니라 노력하는 보통 사람들이다.  

오늘의 사고를 他山之石으로 삼아 땜방이나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임기응변으로써가 아니라,

진정한 개선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기초부터 다지는 장기적인 계획이 수립 시행되었으면 오죽 좋을까.

그래서 10년 후부터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한다면 그 말은 믿어 줄만 하다.